편두통 치료제 앰겔러티
편두통은 겪어보지 못한 분들은 알 수 없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질병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의 과거 경험을 말씀드리고 현재의 증상과 치료경험을 공유하여 편두통으로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이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저의 편두통 치료 경험을 말씀드립니다.
1. 첫 증상
저의 경우 중학교 2학년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기억에 중학교 2학년 영어 수업시간이었는데 필기도중에 노트가 잘 안 보이는 현상이 생겨 눈을 비비고 감았다 다시 떠보기를 여러 번 해도 점점 심해지기만 하고 나아지질 않았습니다.
가운데 초점이 흐릿해지고 번갯불처럼 주변이 번쩍번쩍거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지경이었죠.
눈에 문제가 있나 싶었지만 어린 마음에 그냥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고 십여분 기다리니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2. 본격 두통
이런 증상이 여러 번 지속되었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두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시야가림 증상이 시작되고 두통이 오면 구토가 동반되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욱신거리는데 미칠 지경입니다.
방학이거나 주말이면 집에 누워있기라도 하겠지만 학교에 있는데 증상이 시작되면 그냥 방법 없습니다. 책상에 엎드리는 것 밖에는... 선생님이고 주변 친구들이고 신경안 쓰입니다. 그냥 엎어져서 조퇴할 생각도 안 하고 양호실이라도 가면 되는데 그땐 왜 그런 생각도 못했는지 모르겠네요.
특히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던 때는 시험기간이었는데 공부는 지지리도 안 하면서 시험며칠 전부터 몰아서 밤새 공부한다고 스트레스받아서인지 시험 치는 날은 자주 증상이 나타났었습니다.
1991년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날도 학교에서 증상이 나타나고 아픈 상태로 학교를 마치고 오면서 구토가 심하게 올라와서 마침 보이던 약국이 보이길래 들어가서 약사에게 구토가 심한데 약 좀 달랬더니 "너 술 마셨냐?"라고 오해도 받았습니다. 얼굴색도 핏기가 하나도 없었고 정말 죽기 일보직전이었으니 약사입장에서는 새파란 어린 넘이 술 마시고 오바이트하는가 보다 하고 오해했겠지요.
3. 전조증상
그런데 심각한 것은 구토와 두통도 너무나 힘든 것이지만 제일 먼저 발현되는 증상 중 하나인 이 시야가림 증상은 더더욱 무서운 전조증상 중 하나인데요. 가운데 초점부터 흐려지기 시작해서 전체적인 시야로 번져나가는데 약 30분 이상 지속되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하게 됩니다. 물체의 형체는 알아보지만 정확하게 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걷다가 계단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위험한 상태가 되며 특히 운전 중이라면 신호를 알아볼 수 없으며 주행 중 주변 차량을 잘 식별이 힘들어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그냥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누워 기다려야 합니다.
93년도에 군에 입대하였는데 그것도 중노동에 가까운 취사장에 배치되었습니다. 거기서도 군수계의 1종을 담당해서 검열이 나올 때면 밤새는 일이 많았는데 그런 일로 스트레스받았는지 편두통 증상은 여전했습니다.
두통이 시작되면 아무리 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조금 낫는 듯하면서 다시 아파지기 때문에 결국 그냥 쓰러져있는 것 밖에 할 게 없었습니다.
4. 직장 생활
96년에 제대 후 직장에 다니면서 일을 하는 중에 급작스럽게 두통이 시작되면 시야가림과 두통, 구토증상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어딘가 짱 박혀 쓰러져 있곤 했는데 그때는 꾀병으로 오해받기도 했었습니다.
멀쩡하다가 갑자기 아프다고 쓰러져있으니 그럴 만도 했겠지요.
참 답답했던 게 제가 겪은 증상을 주변에 이야기해 봐도 잘 모르는 겁니다. 그냥 희한한 병을 안고 사는구나 정도로 여기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병을 앓는 사람만 답답하고 약도 없고 치료방법도 없고... 참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 두통은 한 번 시작되면 거의 초죽음입니다. 너무너무 고통스러워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를 여러 번이었습니다.
5. 편두통 발생기전
CGRP(Calcitonin-Gene Ralated Peptide)에 의해 뇌혈관이 확장되고 뇌신경의 염증을 일으키며 두통의 신호를 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통이 발생할 때 이물질을 측정해 보면 증가되어 있고 두통이 없을 때는 감소해 있다고 합니다. 또한 두통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에서 CGRP를 주입했을 때 편두통이 발생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CGRP는 편두통 발생에 가장 중요한 물질인 것이죠.앰겔러티가 바로 이 CGRP 표적 치료제인 것입니다.
6. 앰겔러티와 예방약을 만나다
중학교 2학년에 발병되어 현재 약 36년을 앓아온 편두통.
어느 날 방송에서 접한 신경과 김병건 교수님. 그리고 치료약과 예방약. 눈부신 과학의 발전을 목격하고 눈물 날 듯이 기뻤습니다. 그저 앞뒤 재볼 것도 없이 병원에 진료예약을 했습니다. 약 한 달을 기다린 후 병원에 도착한 날 어쩌면 이제 두통에서 해방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고 나와 치료제가 맞지 않아서 실패로 돌아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두 가지 묘한 생각으로 진료대기실 앞에서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고 드디어 김병건 교수님과 마주 앉아 지금껏 앓아온 증상을 말씀드리고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주사제를 처방받아 원내약국에서 구입한 앰겔러티를 교수님께 직접 투여받았습니다.
약값이 좀 비싸네요. 그나마 작년 9월부터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해져서 이 가격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1회 투여비용이 엄청 비쌌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29만 원에 구입했습니다. 실비보험도 청구해서 받았고요.
그리고 예방약과 급성기 약물을 처방받아 약을 복용한 지 현재 약 2달 반이 지났습니다.
교수님은 한번 맞아 완치되는 사람도 10% 정도 있고 1개월에 한 번씩 맞아야 하는 사람도 있고 3개월에 1번 맞는 사람도 있는 등 여러 부류가 있다고 하셨고 또 편두통 발병일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들었습니다. 저의 경우 아직 2달 반이 지나도 두통이 없습니다. 아주 약한 두통이 두어 번 왔었는데 그때 급성기 약물을 곧바로 먹으니 두통은 가라앉았고 과거처럼 심한 두통은 이제 아예 없습니다.
예방약은 우리 뇌의 호르몬 중 하나인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약물이라고 들었는데 일종의 우울증 치료제로 쓰이기도 하는 약이고 또한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이 편두통을 앓을 확률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과거 공황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뭔가 우울증 같은 신경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사람일수록 편두통을 앓을 확률이 높은 것 같은 개인적인 느낌도 있네요. 현재 두통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할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머리도 맑고 시원한 느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이지만요.
그리고 앰겔러티와 비슷한 아조비라는 약도 출시가 되었답니다. 둘 다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티드 표적치료제) 항체 치료제에 속하지만 성분이 다른데요 앰겔러티는 갈카네주맙, 아조비는 프레마네주맙이라는 성분으로 둘의 효과는 비슷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7. 마무리
혹시 저처럼 두통을 앓고 계신 분이 있다면 꼭 가까운 신경과에 예약하셔서 빨리 진료받으시고 편두통 치료의 끝판왕 앰겔러티와 아조비 그리고 예방약을 처방받아 복용하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보다 병원 진료받으시고 꼭 치료하셔서 더 행복한 삶을 누리시길 강력히 말씀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